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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2021년 시카고 후기

minigb 2021. 7. 25. 00:39

이번 시즌 시카고를 꽤 많이 봤다.
그만큼 시카고를 사랑했다. 사랑한다.
공연마다 그날 어땠는지 기록해놨는데 그걸 한 번에 올려보려고 한다.

사랑합니다


21.04.25
21.04.29
이 두 공연에 대해서는 예전에 자세하게 적은 적이 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알고 보니 4월 29일이 최재림 배우님의 생일이어서 이날 배우분들이 공연 전에 생일파티를 거하게 하고 오신 상태였다. 그래서 공연에서 배우분들의 텐션이 특히 높았고, 덕분에 정말 최고의 공연이 나온 것 같다. 커튼콜 때 최재림 배우님이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이셨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ㅎㅎ


- 21.05.16 작성
21.05.16 일요일 오후 2시 공연
저녁 약속 있는 김에 그 전에 보러 간 시카고 (?)
바쁜 일이 생길 줄 모르고 약속 잡고 공연도 예매했었다..
윤공주-민경아-최재림 배우님 페어
윤공주 배우님도.. 엄청 잘 하신다..
그치만 뭔가 나는 최정원 배우님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특히 <I Can't Do It Alone> 이랑 <Velma Takes the Stand> 두 곡에서는 벨마의 안무가 동작도 많고, 다 힘이 필요한 것들이라 정말 난이도가 높은데 최정원 배우님이 더 힘있게 잘 소화하시는 것 같다.

이 공연이 낮 공연이라 그런지 관객분들 텐션이 엄청 높진 않아서 뭔가 흥이 덜 났다… 근데 사실 나도 텐션을 주도하는 타입의 관객은 아니라서 할 말은 없다만 정말 아쉬웠다.
<Roxie> 직전 독백에서 민경아 배우님이 엄청난 연기로 텐션을 끌어올리신 덕분에 그 이후랑 2부에서는 좀 나았는데.
이렇게 텐션이 약간 떨어지는 공연을 보고 누군가가 ‘시카고 별거 없네..’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 시카고 이렇게 멋진 뮤지컬인데…!! 실제로 인터미션 때 화장실에서 초반엔 지루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분… 제발 박수 치세요.. 제발.. 여러분이 무대에서 공연한다고 생각해보시면 관객분들이 박수를 많이 치면 더 기분 좋게 공연할 수 있겠죠???!!! 제발 박수 쳐주세요.

그리고 잶빌리 너무 좋고..

뮤지컬 시작할 때 맨 처음에 키티 역할을 맡은 여자 앙상블분이 나와서 뮤지컬 소개 멘트를 하고 들어가시는데, 지금 전유리 배우님이 맡고 있다. 근데 오늘 특히 딕션이랑 톤이 너어어어무 좋았다. 항상 좋으시지만 특히 너어무 좋았다.
그리고 이날은 '커튼콜 데이'였어서

커튼콜 때 나도 사진 찍었다.
잘 찍은 사진은 많이 없다ㅜ

끝나고 여기저기 좌석 돌아다니면서 앉아봤는데 2층 1~2열 중앙도 매우 괜찮아 보인다. 다음에 여기를 노려봐야겠다.

아니 그리고 앞으로는 공연 볼 때 절대 렌즈 안 껴야지.. 그냥 안경 쓰고 봐야지. 렌즈를 끼고 있으면 초점이 조금씩 안 맞을(?) 때가 있는데, 평소에는 그럴 때 눈을 몇 번 깜빡이거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해결된다. 근데 공연을 보던 중에 그렇게 초점이 안 맞을 때 오페라 글래스 때문인 줄 알고 그때마다 계속 초점을 바꿨다.. 그랬더니 1부는 오페라글래스 초점 맞추다가 다 지나간 느낌. 아쉽다ㅠㅠ


- 21.06.07 작성
6월 2일부터 6일까지 무려 이틀에 한 번씩, 총 세 번 공연을 봤다. 내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안 보면 또 몇 년 뒤에 이거 볼 수 있는데! 라는 생각에 예매해버렸다.
덕분에 내 통장 잔고는 정말 바닥났지만 정말 다행히 잘 해결했다.. 며칠 전에 미친 짓이었음을 깨닫고 지금 정말 잘 저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보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게 됐다.

각설하고
원래는 2일이랑 4일에만 보려고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어의 공연이 몇 번 없는데, 이렇게 이틀 동안 있어서. 근데 수연이가 시카고 보고 싶다고 해서 6일에도 봤다. 6일에는 아이비 배우님이 록시를 맡으셨는데, 벌써 다섯 번째 이신 만큼 많이 기대돼서 어차피 한 번은 보려고 했었기 때문에 그냥 그날 보러 갔다.

21.06.02 수요일 오후 3시 공연
평일 낮 공연에서는 관객분들의 텐션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낮'이라는 시간대에 미친 텐션이 나오긴 어렵다.
몇 주 전에 일요일 낮 공연에서 텐션이 너무 낮았던 게 너무 아쉬웠어서, 이 공연에서는 내가 텐션을 주도해봐야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말 박수 많이 치고 그랬다.
가끔 음악이 끝나고 나서 바로 박수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음악이 끝나고 나서부터 박수가 나올 때까지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틈이 비는 게 별로 좋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 짧은 시간이 정말 정말 길게 느껴지고 또 텐션을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
그래서 그런 부분도 뭔가 마음에 걸렸고..
(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관크'라는 걸 알게 됐는데 음악이 끝나자마자 여운 없이 바로 박수를 쳐버리는 것도 '관크'에 해당한다고 한다.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음악이 끝났는지 모르다가, 그 여운으로 음악이 끝났음을 알게 되는 건데, 그런 틈을 주지 않고 박수를 쳐버리는 게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어렵다.)

몇 번 보고 나니 웃어야 하는 포인트와 박수를 꼭 쳐야 하는 부분을 알게 돼서 이런 부분에서 리액션이 나올 수 있게 처음부터 진짜 노력했다. 이날은 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조금 덜했다. 그치만 아직 큰 소리로 웃으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건 힘들다. 그래서 그냥 박수를 열심히 쳤다.
벨마의 <I Can't Do It Alone>에서는 '박수 소리 생생하네'라는 가사에서 (한국 가사가 뭔지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난다. 영어 가사는 'Yelling, sreaming, begging for more.'인데. 여튼 박수가 많이 나왔다는 가사다) 벨마가 관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한다. 이때 박수가 안 나오면 정말 뻘쭘하다... 그래서 이때 꼭 박수를 쳐줘야 한다.
<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 빌리가 길게 노래할 때 록시가 호응을 유도하는 부분이랑 <Mr. Cellophane> 마지막에 에이모스가 약간의 광기로 노래를 부를 때도.

그리고 민경아 배우님은 정말.. 엄청나시다. 진짜 엄청나시다...!!! 진짜. 배우님의 연기를 '엄청나다'라는 어휘로만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그렇지만 정말 엄청나시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시카고는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시카고를 잘 아는 분들은 민경아 배우님의 록시가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록시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록시가 정말 너무! 좋다. 광기와 귀여움과 나사 빠진 듯한 정신 없는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진짜 너무 감사하다. 록시를 맡아주셔서.

여기서 최정원 배우님과 최재림 배우님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면 이 글이 안 끝날 것 같아서 생략하겠다.. 두 분도 정말 최고이시다ㅜㅜ 대체 불가하다.

+ 엄마랑 데이트로 간 날이어서 특히나 정말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는데, 티켓팅을 잘 못해서 적당한 좌석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냥 예매 창에 들어가 봤는데 정말 좋은 자리가 나와 있어서 깜짝 놀라면서 바로 예매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자리였다. 신이 있다면 그분이 나에게 선물을 주신 게 아닐까!! 하면서 신났었는데. 좋은 자리에서 봐서 이날 특히 더 좋았다.

21.06.04 금요일 오후 7:30 공연
이날도 내가 좋아하는 페어의 공연이었는데, 조금 변화가 있었다면 마마 역할을 이전까지는 김영주 배우님으로 봤는데 이날은 김경선 배우님이었다. 마마 역할이 그렇게 크진 않기 때문에 별로 차이가 없을 것 같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달랐다. 김영주 배우님의 마마는 정말 '마마' 같은 느낌이다. ㅋㅋㅋ 말인가 방구인가. 근데 정말 그런 느낌이다. '마마'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갖고 계신 느낌. 감옥의 수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게감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 느낌을 다 갖고 계신다. 김경선 배우님은 여기서 무게감이 조금 줄어들고 발랄함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감옥의 수장이지만 죄수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처럼. 김영주 배우님께서는 죄수들과 끝까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는 느낌이고. 그에 비해 김경선 배우님은 지휘자를 소개하실 때 '미녀 지휘자'라고 하시는 것만 봐도 뭔가 되게 장난기 많아 보이시는데, 그런 게 역할에도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공연을 보면서 평일 저녁때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금요일 저녁이었으니. 이날도 엄청난 공연이 나왔다. 내가 계속해서 관객 분들의 텐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배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엔 공연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요일 저녁은 정말 최고였다. 평일 저녁 공연은
1. 일단 대부분의 경우 학교나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공연을 보러 오신다.
2. 학교에서 하교하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직장은 대부분 5~6시 퇴근이므로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바로 공연장으로 온다. 시간이 충분하면 이 근처에서 식사할 것이고, 이 동안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대감이 증폭된다.
3. 시간이 애매하게 비면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거나 MD를 구매한다. 그래서 어딜 가든 줄이 굉장히 길다.
4. 그 긴 줄을 서면서까지 관객분들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하루 종일 기대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애매하게 빈 시간 동안 그게 아니면 할 게 없다.
5. 그렇게 축적된 기대감이 공연을 기다리면서 증폭되고, 본 공연에서 폭발한다.

이런 이유로 관객분들의 텐션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평일 저녁 공연을 보러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날 공연도 이런 이유에서 정말 역대급이었는데, 객석에 앉아서 공연 기다리면서부터 뭔가 열기가 느껴졌다. 정말 그런 만큼 리액션도 처음부터 너무 좋았고 최고였다.
(이걸 적을 당시엔 이렇게 생각했는데, 글을 게시하는 시점에 다시 보니 꼭 그런 것 같진 않다. 시간대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몇 번 더 공연을 보고 나니 결국은 관객분들의 성향에 달린 부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렇게 적은 부분에서 전제가 잘못된 내용도 있어서.. 진지한 척 그냥 재미로 적어본 거다.
그래서 결국 공연을 볼 때 텐션을 끌어올리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은 거고.. 시카고처럼 관객 반응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공연에서는 특히.)

배우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하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그냥 제가 다 사랑한다구요..

21.06.06 일요일 오후 6:30 공연
이날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민경아 배우님이 아닌 아이비 배우님이었다. 록시가 벌써 다섯 번째이시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원캐스트 됐을 때 매 공연 최정원 배우님과 연기한 덕분에 호흡이 좋다고 한 인터뷰를 봐서 정말 기대를 많이 했다.
아이비 배우님이 연기하는 록시는 정말 정석적인 록시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시카고 영화에서 본 록시의 모습도 생각났다다. 욕망이 많고 날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약간 무섭기도 하다.
예전에 민경아 배우님께서 아이비 배우님이 <Me and My Baby> 넘버를 할 때 정말 힘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신 걸 봤는데, 진짜로 이 곡을 정말 잘 소화하셨다. 가수 활동을 하셨어서 그런지 안무가 복잡하고 힘이 필요한 넘버들에서 특히 빛나시는 것 같다.


음 그리고.. 공연 중에 잡담하지 말아주세요!ㅎㅎ 제발! 혼자 보시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진 촬영하지 말라고 안내받았으면 제발 촬영하지 말아 주세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향유할 때 권리자가 부탁한 내용은 지키는 게 예의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본인의 저작물에 대해 무언의 이유로 촬영을 금지했는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여러 이익을 위해서 찍어가면 기분이 안 좋겠죠?


- 21.07.24 작성
놀랍게도 저 이후에 세 번을 더 봤다.
이미 몇 번 말 했지만 나는 최정원-민경아-최재림 페어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페어 공연이 정말 적다. 회사 측에서도 이 페어가 가장 강력하다는 걸 알아서 일부러 조금만 배치했나 싶을 정도로. 예전에 1/(2*3*2) = 1/12의 확률이니 당연한 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적게 공연이 있었던 거 같다.
7/4에 이 페어의 마지막 공연이 있어서 정말 기대 많이 하고 갔다. 그리고 정말 너무 좋았다.. 이제 최정원 벨마, 민경아 록시, 최재림 빌리가 없는 시카고는 앞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터미션 때 어떤 분이 '왜 다른 캐스팅으로는 공연에 몰입이 안 되는지 알 거 같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그냥 완벽한 조합이다. 이 셋은.
그래서 너무 행복했던 하루였다.

내가 시카고를 볼 때 저 페어가 아닌 경우에는 항상 셋 중에서 한 명만 다른 페어로 공연을 봤다. 그래서 그 후에 티파니 영 배우님이 록시를 맡은 공연을 보러 갔다.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는 연기가 어색하고 노래를 하실 때 소리를 먹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공연을 보고 온 분들이 유튜브 영상에서보다 훨씬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하고, 또 뮤지컬 경험은 적지만 소녀시대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으신 만큼 기대하고 갔다.
그리고..
진짜 진짜 좋았다. 정말. 정말 좋았다. 예전에 느꼈던 그런 답답함이 전혀 없었다. 음색이 예쁘시고 울림도 좋으셔서 2층 거의 맨 끝 자리에서 봤는데도 소리가 끝까지 전달됐다. 노래 뿐만 아니라 춤선도 정말 예뻤는데 특히 <Me and My Baby>가 진짜 좋았다. 아냐 그냥 다 좋았다.. 아이돌로서 춤을 춘 경험이 많으신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최고였다.
그치만 연기는 약간 뻣뻣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신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시카고를 준비하면서 뮤지컬에 대해 엄청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한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이시고 나면 연기도 잘하실 것 같다. <Roxie> 전 독백 부분에서 지휘자에게 신문을 보여주면서 자랑한 후에 그 앞 계단에 앉아서 이야기하셨는데, 특히 이 부분이 새롭게 느껴져서 연구를 정말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 앞으로 더 더 잘 하실 것 같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동기 친구들이랑 시카고를 보러 갔다. 내가 막 가자고 졸랐더니 진짜 가줬다..ㅋㅋㅋ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같이 보러 가줘서 신났고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막 계속 "롹씨-" (<Roxie> 끝나고 남자 앙상블들이 한 명씩 록시를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꽂혀서ㅋㅋㅋㅋㅋㅋ) 하는 게 너무 웃김 진짜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웠어.


누군가
왜 이렇게 시카고를 많이 봤는지 묻는다면..
시카고는 무대장치가 전혀 없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밴드랑 여러 번 등장하는 의자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의상도 거의 안 바뀌고 심지어 앙상블은 계속 하나의 의상을 입는데, 그마저도 모두 무채색이다.
그런 만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매우 적고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역할이 커진다.

시카고는 앙상블도 모두 맡은 역할이 있고, 손동작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어서 (메리선샤인의 말랑말랑 특급 리포트 참고) 앙상블 한 명 한 명에 집중해서 보면 매번 새로운 게 보인다. 특히 <Overture>랑 <Razzle Dazzle>에서 13명의 앙상블이 정말 다 다른 동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볼 때마다 새롭다. 그중에서도 <Razzle Dazzle>은 재판 과정이 하나의 서커스에 불과하니 모두 홀리면 된다는 내용인 만큼 서커스적인 요소들을 앙상블 배우분들이 표현하시는데 그냥..하..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그냥 정말 묘한 느낌이 든다.
아홉 번을 보면서 매번 새로운 걸 봤다. 그때마다 정말.. 감탄하게 된다 진짜.

배우 한 명 한 명, 표정과 몸짓, 노래, 대사, 그리고 피지컬적인 요소까지 합쳐져 개개인이 하나의 예술인 것 같은 느낌이다. 한 마디로
경이롭다.
인간과 조명과 음악이 모여 저런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게...
음 그렇지. 경이롭다.

말을 하면 할수록 시카고를 해치는 것 같다.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올해 연말까지 지방 공연 투어를 간다고 하니 아직 안 보신 분은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시면 좋겠다.


신의 은총이 시카고와 함께하길.
내 퇴장 음악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