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es

[뮤지컬] 시카고 후기이자 찬양글(최정원, 민경아, 최재림 / 디큐브아트센터)

minigb 2021. 5. 3. 14:58

이제 기자들이 왜 그 남자를 죽였는지 물으면

무서운 다툼 끝에 그가 당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만 기억난다고 해요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다가오는 그가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둘 다 서로 총을 뺏-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쿵)

정당방위

그게 당신 동기예요

(웅성웅성웅성시끌시끌)

안녕하십니까 신사숙녀 여러분

모두들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 제 의뢰인 록시 하트양

(웅성웅성웅성시끌시끌)

신사숙녀 여러분-

이렇게 하찮은 저를 만나러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그 사람을 왜 쐈는지 궁금해하실거예요

그 개새끼를요

앉아 띨띨아!

(빠밤) 빌리 플린이 기자회견 재즈를 노래합니다

(빠밤) 잘 보면 그의 입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죠

거의

 

빰빰빰빰

www.youtube.com/watch?v=G0ZuPjha-c8

(꼭 보세요 2만 번 정도 보면 적당해요!)

 

뮤지컬 시카고에 완전 꽂혔다

지난 주에 유튜브에 떠서 우연히 봤는데

최재림 배우님의 복화술과 민경아 배우님의 인형 연기에 꽂혀서 이 외에도 시카고 관련 영상을 엄청 찾아보다가 현기증 나서 당장 일요일에 공연 보러 갔다

내가 정말 보고싶었던 최정원-민경아-최재림 배우님 페어였다!

직접 보니까

더 좋았다

스무번 정도만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대 장치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고, 의상도 검은 옷 한 벌만에서 거의 안 바뀌는데

연기와 노래, 춤, 그리고 밴드의 연주만으로도 이렇게 소름끼칠 수 있다니

정말 눈물나게 좋았다

앙상블분들도 너무 좋고 밴드도 너무 좋고...

이건 인터미션 때 충격받은 채로 멍하게 있다가 찍은 사진

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놨다

사진이 마음에 든다

자극도 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하는 그런

 

이 페어로는 당분간 못 볼거 같아서 목요일에 또 갔다

첫 공연은 2층 거의 끝 자리였는데, 목요일엔 운 좋게 취소표를 구해서 1층 가운데 블록에 앉았다

너무 비싸서 고민하다가 손 떨면서 결제했는데

아 역시.. 진짜 최고다…
이 날은 관객분들 반응이 특히 크고 박수도 많이 쳐주셔서 좋았다
재밌는 포인트에서 다들 엄청 웃어서 애드립도 많이 나온 날
저번 공연에서 1층 앞쪽에 앉은 분들이 기립박수 치시는 거 보고 나도 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커튼콜 때 관객분들이 다 일어나시길래 나도 일어나서 손 터지게 박수 쳤다.. 너무 좋아

 

<All That Jazz>는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는 데 가장 완벽한 음악인 거 같다
앙상블 분들이 모두 나온 후에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무대 가운데에 벨마가 등장한다

이때 하얀 조명이 벨마 뒤를 비추는데, 밴드 음악이 점점 작아지고 노래와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때 정말 소름끼친다
진짜 최고야…

모든 장면이 킬링포인트이지만 이 날 따라 이 노래에 꽂혔다
사실 다 꽂혔다

<Cell Block Tango>는 계속 반복되는 Pop. Six. Squish. Uh-Uh. Cicero. Lipshitz.가 정말 오묘하고 완벽하다.

<Razzle Dazzle>은 원곡의 'Razzle Dazzle 'em' 대신 '모두 홀려봐~'가 가사인데 이 노래도 너무 좋고

<Roxie>랑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은 말 할 것도 없고,

에이모스가 부르는 <Mr. Cellophane>도 좋다..

<Hot Honey Rag>도 너무 좋고 <Finale> 곡도.. 내 인생을 사랑해...

그냥 다 좋아!!
빌리 너무 좋고..
록시 너무 사랑스럽고..

벨마 최고로 멋지고..


최정원 배우님은 시카고를 한국에서 처음 공연한 2000년부터 쭉 함께하시면서 처음엔 록시를, 그 다음부턴 계속 벨마를 맡으셨다고 한다. 그만큼 정말 여유가 넘치시고 벨마 그 자체이시다. 벨마 켈리가 실존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댓글을 봤는데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는 거 같다. 특히 2부 처음에 나오는 방백은 정말 최고다. 록시가 임신했다고 말하는 걸 따라하면서 비꼬는데, 록시가 애교섞인 말투로 '우리 애기..'라고 하니까 그거 따라하면서 엄청난 애드립을 하셨는데 너무 귀여우셨다... 그리고 록시한테 2인조 공연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I Can't Do It Alone>이라는 노래에서 1인 2역으로 엄청난 안무를 소화하시는데 그때 진짜 멋있으시다. 중간중간 나오는 비속어들도 찰떡이시고 그냥 재밌으시고 귀여우시고 멋있으시고 모든 게 다 완벽하게 벨마 그 자체이신..


민경아 배우님이 연기하는 록시가 너무 좋다. 배우님만의 애교가 록시를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로 만든다. 다른분들이 연기하는 록시도 귀엽지만 허당미보다는 야망있고 당당한 모습이 강한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연기하는 록시가 정석적인, 지금까지 보여졌던 록시의 모습이라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이 록시가 너무 좋다... 너무 귀여워!! 특히 <Roxie> 직전의 독백에서 너무 귀여우시다... 그리고 <All That Jazz>에서의 록시의 첫 등장과 첫 곡인 <Funny Honey>에서도 너무 귀여우시고! 그 외에도 너무 많은데 스포가 될 거 같고 또 적다보면 끝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그리고 최재림 배우님의 빌리 플린도 너무 좋다. 비싼 시계는 관심 없고 '내겐 오직 사랑 뿐'이라고 하지만 5천달러만 있으면 변호해주겠다는 속물적인 모습과 자기애 가득하지만 또 그것들을 부인할 수 없을만큼 다 갖춘, 매력 넘치는 빌리를 완벽하게 연기하신다. 표정과 눈빛이 다양하고 모두 찰떡이라 그냥 완벽하시다. 그냥 아우라가 너무 멋있어.. 록시가 '쇼를 하네!' 라고 하며 비웃자 욱해서 록시한테 달려드는 벨마를 빌리가 붙잡고 말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엄청난 눈빛이 나온다.. 하필 오페라 글래스로 보던 중이어서 그걸 포착해버렸다.

 

<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 민경아 배우님과 최재림 배우님의 연기는 저 영상에서보다 더 심하게 완벽한데, 순음을 발음할 때도 입술이 전혀 안 움직일정도로 복화술이 완벽하고, 인형 같이 뻣뻣하게 행동면서 립싱크하는 하는 록시의 연기도 너무 좋다. 중간에 기자들이 '죄책감은?' 이라고 물을 때 록시가 순간 일어나서 '장난해요?'라고 대답하니까 플린이 다시 앉히는 부분 너무 귀엽다. 또 마지막에 록시가 플린을 향한 박수+환호를 유도하는데, 영상이랑 다르게 민경아 배우님이 몇 번이나 박수 유도해서 최재림 배우님 얼굴이 #FF0000로 빨개지시면서도 엄청난 성량으로 그 긴 시간동안 끝까지 노래하신다 심지어 그 뒤에 춤도 추심... 진짜 미쳤다. 이때 민경아 배우님 박수 유도하는 거 너무 귀여우시다.


으아아아앙 그냥 다 너무 좋아 다 사랑해요ㅠㅠㅠ앙상블 분들도ㅠㅠ밴드도ㅜㅜㅜ 시카고 영상 너무 많이 봤더니 앙상블 분들도 점점 눈에 익기 시작했다.. 오늘 앙상블 중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님이 안 나오셨는데, 대신 내가 좋아하는 다른 분이 나왔다. 모두 너무 멋있으시다.


5월 중에는 이 세 배우분들 페어로는 공연이 없고, 6월 첫 번째 주에 두 번 있다. 근데 이 페어로 공연이 자주 없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게 록시는 세 분, 벨마랑 빌리는 두 분이 맡으시니까 3 * 2 * 2 = 12가지 조합 중 하나를 원하는건데.. 확률 상 당연한거다.
일요일에 보고 목요일에 또 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음에도 보러가길 정말 잘했다…
진짜ㅠㅠㅠ너무 좋아..

함께한 오페라글래스 너도 사랑해

그리고 MD를 구경했는데 스티커가 너무 예뻐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아이패드 사면 저렇게 붙여야지

 

시카고 얘기는 여기까지.

이 글의 제목에 대해 약간 해명하자면 원래 제목은 '이해할 만 해~ 이해할 만 해~' 였는데

이렇게 사랑을 담아서 글을 쓰고 나니까 누군가 검색으로 이 글에 유입될 수 있도록 경로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속물적인.. 제목을 적게 됐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한 분이라도 더 공연을 보러 가시면 좋겠다는 그런..

ㅎㅎ


개인적인 이야기 시작

시험 끝난 기념으로 한 주 동안 이것저것 많이 했다.

 

월요일에는 동기 친구들이랑 따릉이 타고 한강에 놀러갔다

미세먼지가 별로 없었고 기온도 딱 좋았고 정말 완벽한 날씨였다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오랜만에 자전거 많이 타서 신났고

하늘이 파래서 감사했고

여의도는 참 예쁘다.

 

수요일은 생각이 많았던 날인데

이날 쓴 글에서 일부 발췌하면

 

그것들 외에도 오늘 미안했던 건 '힘들다'는 표현을 썼다는 건데
이 '힘들다'는 말은, 어느 정도 버틸만한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하는 순간 뭔가 큰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말을 직접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두 번이나 해버렸다

사실 나 안 힘들어
그냥 조금 불편하고, 편하지 않을 뿐이야
둘이 같은 의미라고?
맞아 근데 조금 달라. 여튼 편하지 않고
조금 불편할 뿐이지
힘든 정도는 아니야.
괜한 말을 한거 같아.
미안해.

그거 말고도 그냥 다 미안해
내 성격이 참 별로인거 같아
융통성이 없어
그렇지만 이게 맞는거 같기도 하고
또 내가 틀린거 같고
모르겠어
그냥 다 미안해

 

일부가 아닌데? 꽤 많은 발췌.

여튼 내가 바보인 것 같고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많이 미안한 날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또 여러 면에서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서 잘 모르겠던 날

동기 친구들이랑 야구 보러가기로 했어서 야구장에서 기분 전환하려 했는데 실패..^^

그리고 전날 늦게 자서 계속 피곤했는데, 5회 끝나고 편의점에서 맛있는거 사먹을 때 맥주를 조금 마신 것 때문인지 7-8회는 쭉 졸아서 기억이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야구장 가서 좋았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예매해놓은 전시를 보러 갔다. 하늘이 정말 맑았던 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한 '필립 콜버트 전'이었고 부제는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 여행'이었다.

"내가 랍스터가 될 때, 나는 아티스트가 된다" ("I became an artist when I becam a lobster")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랍스터를 내세워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전시 보는 내내 왜 하필 랍스터일까..? 이건 뭘까..? 뭘까.. 뭘까..! 만 가득했다

귀엽지도, 아름답지도,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라고 한다.

몇몇 귀여운 작품도 있었다.

왼쪽 작품은 해바라기에서 자기를 꺼내달라는듯 한 눈빛과 자세가 귀엽다.

오른쪽 작품은 형태가 동일하고 색 조합만 다른 그림들과 같이 있었는데 작품명이 '자화상'이다. 이건 좀 귀여웠다.

송민호님도 이 전시 관람하셨던데 이 작품을 보고 뭔가 송민호님이 강식당1에서 그린 작품들이 생각났다.

미술관 입구 돌계단에 이렇게 적혀있길래 미술관 관람객이 앉을 수 있게 양보해달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

바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