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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분기] 오늘은 눈 좀 붙이고 쉬어

minigb 2021. 12. 31. 10:54

< Overview >
10월
음... 얼마 안 지났는데 벌써 기억이 없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 운동을 시작했다는 거?
그리고 휴대폰을 바꾸고 행복한 거지가 되었고,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내 신체 기능의 한계치를 시험했다.

11월
11월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좀 많은데
되게 힘든 한 달이었다. 사실 여기에 내가 힘들었다는 걸 적는 거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어쨌든 간에 여기는 내 지인들이 보는 곳이고, 이 블로그가 오래오래 나의 자소서처럼 사용될 거기 때문에 나중에 나를 알아가려는 사람들도 보게 될 텐데 그 사람한테 내가 힘들었다고 징징대는 것 같았다.
근데 결론은, 그래도 적기로 했다는 거다. ㅋㅋ!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 라는 걸 기록해두고 싶었고, 그리고 또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던 나도 사실은 이렇게 힘들었다, 너가 힘든 것도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모두 다 별인 척하는 인공위성이니까 말이다.

엄마가 11월 한 달 동안의 나는 2n년동안 본 모습 중에 가장 예민하고 날카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도 그런 나를 보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11월 중순부터 손등에 아토피처럼 두드러기가 많이 올라와서 간지러웠는데, 찾아보니까 스트레스+면역력 약화+물 많이 만짐이 원인이었고 놀랍게도 셋 다 해당됐다.
스트레스는, 사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걸 잘 인지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다.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디폴트라서 힘든 느낌이 들어도 내가 지금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건가? 싶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11월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 같은 게 진짜로 정신이 나가버릴 거 같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했다. 내가 해야 했던 일들이 있어서도 맞고, 거기에서 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낀 것도 맞고.
근데 그렇게 느낀 만큼 내가 그것을 잘 해냈냐, 혹은 내가 결과적으로 해낸 것만큼의 부담감을 느꼈냐, 라고 한다면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나 혼자서 나라는 사람에 어울리는 것 그 이상의 무게를 혼자 느끼고 있었을 수도.
어쨌든, 그것도 있고,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고.
여튼 그렇다는 거다. 11월은 힘들었다.

이전 일기들을 보면 매년 11월쯤에 무언가 고민이 많았고 나한테 심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아니면 내가 좀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원인을 분석해보자면 가을이라는 계절이 나한테 주는 영향이 꽤 커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11월이 1년 동안 쌓인 것들이 점점점점 커지다가 폭발하는 시기라서 그런 거 같기도. 12월은 이제 정말 마무리 단계니까 오히려 좀 가라앉아서 평온해지는 느낌이고. 소설 구성의 5단계 중 절정이 가장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나한테는 절정 단계가 11월인 건가...

12월
근데 이걸 쓰는 시점은 12월이기 때문에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11월이 이미 미화돼서 구체적인 건 잘 기억도 안 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역시, 사람은 기록을 잘 해야 해. 일기를 써야 해! 라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힘들 때는 일기를 쓸 힘도 없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ㅎㅎ. 그래도 그럴수록 정말 기록을 잘 해야 하는데 말이야. 일기를 잘 써야 한다.

12월 초에는 11월에 중요한 일들이 다 끝나고 기말고사를 치기 전까지 잠깐 시간이 비어서 지금이 아니면 절대 쉬지 못하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누군가는 방학 때 쉬라고 하겠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생의 방학은 더 이상 쉬는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 쉬는 거나 방학 때 쉬는 거나 비슷할 거 같았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당장에 머리를 비우지 않으면 정말로 미쳐버릴 거 같았다.
그래서 잠깐 다른 지역에 가서 2주 정도 있다가 왔는데, 특별히 무얼 하진 않고 그냥 밥 먹고 자는 일상을 반복했는데도 그 시간 덕분에 정말 많이 편해졌다. 진짜로. 생각도 많이 정리됐고, 나 자신에 대한 깨달음도 많이 얻었다. 계속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달리다가 넘어질 것 같았는데, 그걸 멈추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지금 일상으로 돌아오고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그 한 주 동안 내가 해낸 일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쉬고 오길 잘했구나 싶다. 저명한 CEO들이 일정 주기마다 1~2주 동안 꼭 휴가를 갔다 오는 이유를 알게 된 느낌이다.


< 중요한 것들 >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예전에 중요한 것이 세 가지보다 많다는 건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말의 의미를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세 달 동안은 중요한 것을 세 가지 정해서 그걸 잘 끝내려고 노력했다.
나한테 중요한 건 Sogang ICPC Team 운영, 학점, 그리고 운동이었다.

Sogang ICPC Team 운영
사실 올해가 가기 전에 학회에 관련된 글들을 다 써놓고 이 글에다 링크를 걸어두는 게 목표였지만 보다시피 실패했다. ㅠㅠ
그래서 그냥 어떤 글을 쓰려고 했는지만 적어두고 나중에 그 글을 적고 나서 링크를 넣을 예정이다.

ICPC 세계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준비
할로윈
SPC (Sogang Programming Contest) 개최 (1편, 2편)
Sogang ICPC Team 하반기 정산

학점
사실 이번 학기에 정말 정말 휴학하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1. 학회장을 맡았으니 끝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2.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는 5학기 때부터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들을 수 있는 전공과목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많이 생긴다. 결정적으로, 여름 인턴 붙고 나서 인턴십에 대한 학점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5학기 이상부터 할 수 있어서 못 했다.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다. 덕분에 일단 꾹 참고 4학기까지는 빨리 채우자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다.
3. 여름에 인턴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서 좀 쉬고 싶었던 건데, 그때의 내 상황이 사실 별거 아닌 거 같아보여서 과연 내가 쉴 자격이 있는 건가 싶었고, 딱히 이렇다 할 명분도 없었고, 위의 두 이유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그냥 휴학을 안 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학점을 조졌다.
진짜로 조졌다.
그치만 사실 할 말이 없다. 열심히 안 했다. 그냥 휴학하지 않은 것에 의의를 두면서 학교에 다녔다.
시험 준비도 거의 전 날에 했는데, 중간고사 때까지는 이게 어느 정도 통했지만 기말고사에는 어림도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 때 '치타는 웃고 있다'라는 밈을 알게 돼서 친구들이랑 '우린 치타니까 웃고 있는 거야'라고 했는데... 치타는 사라졌다.

다음 학기부터는 전공과목도 많이 듣기 시작하고, 3학년씩이나 되니 진짜로 성실하게 열심히 잘 해볼 생각이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느꼈다.
나도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

운동
운동을 시작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다가 인턴을 하면서 번 수익으로 투자했다.
아직 엄청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지만 말로만 듣던 3대 운동을 하는 게 신기하고 이런저런 기구들로 운동을 하는 게 재밌다.
무엇보다 내 삶에 운동이 들어왔다는 게 너무 좋다. 운동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 되다니.
그리고 헬스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사람이 적당히 많고, 음악이 크게 나오고, 그리고 각자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그 분위기가.
나는 평소에 이벤트가 없으면 집 밖을 안 나가는 스타일이라서 며칠씩 집에 있기도 하는데, 운동 때문에 헬스장에 가느라 강제적으로 외출을 하다 보니 확실히 삶에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다.
또 트레이너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보면 항상 굉장히 겸손해진다.
그냥 운동뿐만 아니라 많은 걸 배우고 있는 거 같다.

그래도 운동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10월에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운동하러 되게 자주 갔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곳의 분위기가 좋아서, 운동을 어느 정도 해야 충분히 한 건지를 모르겠어서,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 좋아서 하염없이 하다 보니 하루에 4~5시간씩 있던 적도 있다. 나도 이게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운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땐 그냥 그게 좋아서 그랬다.
11월에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좀 힘든 시기였고, 그래서 운동을 하러 갈 힘이 없었다. '오늘은 도저히 스쿼트를 할 기분이 아니야...'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래도 수업은 계속 받았는데, 내가 몸이 많이 굳어서 가동범위가 안 나왔기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칭을 많이 해서 그걸 해결했어야 했다. 근데 뭔가 생활하는 게 계속 꼬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신경을 많이 못 썼고, 그래서 수업을 받더라도 계속 최대치로 해내지를 못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면 내가 개인 운동 때 그걸 해보면서 소화했어야 했는데, 애초에 운동하러 자주 안 갔으니 그러지 못했고... 그냥 진짜. 모든 게 너무 아쉬우면서 아까웠다.
12월에는 내가 2주 동안 쉰 덕분에 수업을 거의 안 받았고, 운동도 많이 안 했다. 그래도 그동안 스트레칭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몸을 정말 많이 풀었는데, 돌아온 나를 보고 트레이너님께서 근육이 많이 풀렸다고 하셔서 기분이가 좋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이 풀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많이 알게 되고 평상시 자세도 많이 좋아져서 기분이가 좋다.

그리고 트레이너님을 너무 좋은 분을 만나서 정말 좋다. 헬스장이랑 PT 등록할 때 막 엄청 많이 알아보진 않은 상태에서 약간 홧김에 예약하고 갔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분을 만나게 돼서 정말 운이 좋았구나 싶다.
신께서 (종교 없습니다) 나를 보고 '너가 좀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특별히 선물을 하나 주지.'라고 하면서 그냥 행운을 투척하신 느낌.
참으로 감사하다.

이제 운동을 정말 정말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2주 동안 쉬면서 정말 깨달아 버렸거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11월에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던 관성이 아직 남아있지만 외부 힘을 계속 가하다 보면 상태에 변화가 생길 거니까 진짜로 열심히 해봐야겠다.


< 게으른 완벽주의자 >
양립하기엔 좀 어색한 두 단어가 함께 있는 이 표현이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한다는 게 때때로 참 재밌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가장 큰 문제는 당연하게도 일단 게으르다는 거다. 게을러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완벽주의도 사실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시작하지를 않는다.
지금 당장 1시간 15분짜리 강의를 다 보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강의를 안 보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 그냥 일단 틀어서 30분이나 차라리 10분이라도 보는 게 아예 안 보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말이야.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싶은데 그걸 끝낼 만큼의 여유는 없으니 그냥 시작도 안 한 적이 많다.

- 웬만해서는 만족을 못 한다.
무슨 일을 끝낼 때 내가 잘한 건 전혀 안 보이고 내가 못 했던 것들만 보인다. 돌이켜보니 예전에 피준도 나한테 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거 같다고 말한 적 있는 거 같다. 아마 6월 신입학회원 OT 끝나고였을 듯.
그리고 블로그에 쓴 글들도 다시 보면 내가 무언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내가 못 한 것에 집중하느라 잘한 것을 보지 못해서 잘했다고 해줘야 할 때 그러지 못하는 거 같다.

- 기준이 계속 높아져서 일할 때 끝내지를 못한다.
설거지하다가 문득 느꼈는데, 어느 정도 그릇을 씻고 나면 이 정도면 깨끗하다고 인정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나는 한 번 더 닦고, 한 번 더 닦고를 반복하고 있더라. 이건 내가 스스로를 믿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행위에 대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 믿고 넘어가야 하는 건데!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너님이 어느 정도까지 운동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혼자 운동할 때는 계속 이 정도 하면 되는 게 맞나.. 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일에 종료 지점이 없어서 하염없이 계속 하게 되고, 결국 불필요하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 일에 진전이 없다.
예를 들어 원을 꼼꼼히 색칠하는 게 내 일이라고 할 때, 나는 안쪽부터 완전 빽빽이 색칠을 하는 거다. 그러면서 이전에 색칠한 걸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면서 색칠이 빈틈없이 되었는지 계속 확인한다. 내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인턴 할 때 이걸 정말 많이 느꼈는데, 그래서 호스트분들이 내가 전반적으로, 듬성듬성 이라도 줄을 한 바퀴 다 긋고, 또 한 바퀴 긋고, 이런 식으로 일을 하도록 계속 조언해주셨다.

인턴십 도중에 내 문제를 깨달았을 때부터 이 게으른 완벽주의를 개선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인턴십이 끝날쯤에는 내가 스스로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는데, 그 후에도 이 부분을 항상 인지하고 개선하려고 한 결과 이제는 정말 많이 좋아진 거 같다.
예를 들어 웨이트+유산소까지 완벽하게 하지는 못할 거 같으니 그냥 오늘은 운동하러 안 가야겠어, 라고 하지 말고 일단 그냥 운동하러 가고,
갔다 와서도 오늘 ~한 운동을 못해서 아쉬워, 라기보단, 그래도 운동을 한 것 자체에 대해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무언가 일을 끝낼 때도 내가 만족할 만한 기준점을 정해두고 그걸 무조건 지키고. 예를 들어 설거지할 때 이걸 딱 세 번만 헹구자고 스스로 미리 정해두고 실제로 딱 그렇게 했을 때 거기서 만족하고 넘어가고,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항상 인지하면서 일단 일을 끝내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이런 식으로 사소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직 좀 더 개선되면 좋겠지만 말이야. (이것도 완벽주의의 일환인가?) 점점 더 좋아지겠지.


<직감, 그리고 Real Recognize Real>
예전에 이 글에도 적은 적이 있는데, 최근에 정말 내 직감이 정교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 직감을 믿으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수능을 준비할 때 현우진이라는 수학 강사님을 되게 좋아했는데,
이분이 한 번은 인간의 촉이라는 건 그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쌓아온 빅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게 어떤 의미이고 느낌인지 정말이지 깨달아버렸다.

뭔가 어느 순간,
나는 내가 하는 생각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언가를 좋게 판단할 때에는 과연 이게 좋은 게 맞는 건가? 이러다가 안 좋은 게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고
안 좋게 판단할 때는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괜히 불필요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매 순간 확신이 없었는데

내가 작년에 무언가에 대해서 직감적으로 ~한 것 같다고 느꼈던 게 있는데, 그 판단을 약간 외면하고 있었다가, 일 년쯤 지나고 나서 그때 당시에 내가 느꼈던 게 정말 맞았던, 그런 경험을 최근에 했다.
사실 이 사건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나한테는 정말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내 촉을 그냥 따르게 됐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우거나, 여튼 매 순간순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때 직감적으로 그게 너무 좋으면 좋은 거고, 약간 쎄하면 쎄한 거고.
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더 이상 의구심을 갖지 않게 된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12월에 쉬었던 것도, 내가 쉬겠다고 결단을 내리기 전까진 과연 내가 쉬어도 되는 상황인가? 쉴 자격이 있는 건가?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지금 정말 쉬어야 할 거 같아서 쉰 덕분에 삶을 잘 재정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직감적으로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만났더니 정말 좋은 사람이었던 경험도 많이 했고.
여튼 너무 좋다는 거다. 내 촉을 따르는 게.

요즘 Real Recognize Real이라는 표현에 꽂혔는데, 번역하자면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정도의 의미인 거 같다.
처음에는 내가 어떤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면,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발견한 나도 결국 좋은 사람이고,
그 역도 성립하기 때문에 그 사람도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표현이 나와 상대방 모두의 가치를 존중하는 한 마디인 거 같아서 정말 좋아했는데

곱씹어보니 이 Real Recognize Real에는 다른 의미도 있는 거 같다.
내 삶에서의 Real은 나 자신이니까 내가 Recognize 하는 건 Real이라는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 직감과 촉이 Recognize 하는 건 결국 Real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또 앞에서 말한 것과 비슷하게, 나는 그냥 내 직감을 따르면 되는 거다.
그게 곧 Real일 테니까 !


< Click / Han River View >
한강을 보러 가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세 달 동안은 몇 번 안 갔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네 장 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진들이다.
1~3번째는 망원한강공원 근처이고, 네 번째는 응봉산 팔각정 쪽 야경인데, 진짜 다 너무 마음에 든다.
망원한강공원 근처에 갈대 같은 게 있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야경도, 나는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간다고 할 때 그게 예쁘긴 하지만 굳이 보러 갈 정도인가? 싶었는데... 이번에 정말이지 야경의 아름다움을 깨달아버렸다.


< 22년 1분기 계획 >
중요한 것들
1. 신촌 연합 알고리즘 캠프
Sogang ICPC Team은 신촌지역 대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데, 연합에서 방학마다 진행하는 알고리즘 캠프 스터디에서는 알고리즘 고수분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에 내가 신촌 연합 캠프 스터디에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1학년 여름 방학 때는 내가 1학기 때 진행된 학회 스터디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합 캠프 스터디를 신청을 안 했고 (게으른 완벽주의의 폐해다.)
1학년 겨울 방학 때는 심신 미약 상태여서 완주를 못 했고 (나약하다. 강해져야 한다.)
2학년 여름 방학 때는 인턴을 하느라 신청을 안 했고
그리고 이제 2학년 겨울 방학에는 개인 공부를 해야 해서 참여를 못 할 것 같았는데

강사분들 라인업이 미쳤다.
이건 못 참지 !

그래서 초급이랑 중급을 신청했다.
고급도 신청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중급 알고리즘에 집중하는 게 더 맞는 거 같았다.
중급 스터디에서 다루는 알고리즘들이 아직 완벽하게 체화되지 않아서 언젠가 공부해야겠다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마스터하려고 한다.
목표는 2월 19일 Camp Contest에서 무조건 수상하는 거다.

2. 개인적인 공부
최근에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서비스가 생겨서 관련된 공부를 할 예정이다.
아직은 구체화한 게 하나도 없긴 한데 일단 해보고 잘 되면 이 블로그에 기록할 거다.

3. 운동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곧 20대 중반이다... ^,^

일상적인 목표
운전을 너무 하고 싶은데 과연 연습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인턴 끝날 무렵에 구글러 분들께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여쭤봤었는데, 그때 한 분이 운전을 배우라고 조언해주셨다.
대학생은 시간이 많은 게 자산인데, 차는 그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이 말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운전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있는데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전 연습을 무조건 해야겠다.

완주
돌이켜보면 나는 내 삶에서 무언가를 완주해본 적이 없다.
항상 8~90% 정도의 상황에서 일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마감 기한이 찾아와서 그냥 일이 끝나버리거나.

근데 이게 무의식중에 습관이 된 거 같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무슨 일을 할 때 그게 80% 정도 진전되고 나면 갑자기 집중력이 확 낮아지곤 한다.
예를 들어 방 정리할 때도 한 80% 정도 됐으면 갑자기 행동이 느려지면서 집중력이 확 낮아지고, 유산소를 탈 때도 이제 곧 끝난다는 생각이 들면 집중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갑자기 엄청 힘들어진다.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의 80%를 출근 후 한 시간 만에 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20%를 한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거랑 맥락이 비슷한 거 같기도.

근데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앞서 말한 것들을 정말 잘 끝내보려고 한다. 잘 완주해야지.


-
다 쓰고 보니 글이 너무 길다. 내용을 정리해서 짧게 만들까 싶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만약 여기까지 읽은 분이 있으시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