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글을 쓴다는 것

minigb 2022. 1. 22. 00:54

최근에 내가 글을 쓰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는데, 그 행위 자체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텍스트로 기록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냥 정말 기록 용도였다.
근데 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일기를 쓰는 동안에도 계속 계속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고, 그러다 보면 한 번에 일기를 몇 시간씩 쓰기도 하는데, 그 자체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래서 앞으로 쓸 글들을 임시저장 해놓곤 했는데, 지금까지의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렇게 많이 쓰진 못했다. 못 한 건지 안 한 건지는 모르겠다. 삶이 항상 다이나믹해서 글을 쓸 여유가 없었던 건데, 생각해보면 글을 쓰는 게 그냥 우선순위가 낮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못 쓴 게 아니고 안 쓴 거지 결국.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는 게 내가 가진 하나의 특기 (? 라고 하니까 너무 올드하다)라는 걸 깨달았다. 예전부터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게 한동안은 되게 난해하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내가 너무나도 이걸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정말 정말 많아서.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막는 건 무엇인가, 하면 딱 하나다. 게으름. 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격하고, 여튼 현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는 거. 그런데 정말이지, 글을 많이 쓰고 싶다. 잘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별로 잘 쓰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예전에 일부러 킹받는 말투로 쓴 글이 있는데, 쓰고 나서 몇 번 읽다 보니 킹받게 하려고 일부러 이상한 말투를 사용했다는 건 표면적으로 안 보이고, 글에는 그냥 킹받음만 남아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 이렇게, 내가 의도한 대로, 보여주고 싶은 대로 글을 잘 쓰는 건 아직 어렵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글을 쓰다 보면 글 구성이 이상해진다. 맥락이라는 게 전혀 없는 느낌. 그래서 일단은 잘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많이 쓰고 싶다.

 

최근에 운영진 톡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아 ㅋㅋ

의자는 돈 많이 벌어서 꼭 바꾸겠습니다.

 

여튼 그래서 지금, 강제성이 생긴 덕분에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오늘은 ICPC 대회 준비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또 이런 에세이 형태의 글을 쓰게 되었구만. 뭐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쓰고 싶은 게 밀려있으니 최대한 계획적으로 다 잘 써봐야겠다. 여기에도 이렇게 선전포고했으니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지 않을까? 라고 하지만, 반년 전의 내가 똑같은 말을 하면서 2주에 한 번씩 책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해놓고 그 뒤로 두 번밖에 안 썼긴 하다.

 

왜 블로그에는 항상 나의 단점들만 올리게 되는 것 같지

ㅋㅋㅋㅋㅋ

라고 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진짜 아이러니하네

혼란스럽다.

 

라는 식의 의식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3일에 한 번씩 글을 쓴다고 해도 글감이 떨어질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뽑아내는 추진력이 필요할 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