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www.minigb.io/200이예요
사소한 걸 특별하게 기념하는 걸 좋아해요
200을 기념해볼게요
1.
개강한 지 2주가 지났어요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주고 있어요
몇 달 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어요
음악을 틀어놓고 고구마 껍질을 까면서 힐링하고 계란 껍질이 잘 까지는 걸 보면서 신나 해요
당시의 내가 어떻게 그러할 수 있었는지 벌써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떻게 그렇게 매끼를 챙겨 먹고 닭가슴살을 굽고 고구마를 찌고 계란을 삶고 야채를 씻었는지
지금은 좀 번거로워요
과거의 제가 대단했다고 느껴요
2-1.
재밌는 꿈을 꿨어요.
제가 다시 수능을 쳐서 한때 꿈꿨던 대학교에 합격한 설정이었어요
그러면서도 학회장이었어요
거기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저한테 학회 관련된 걸 물어보자 그건 라님이 맡아주셨다고 하면서 연락해보라고 했어요
다 잊어버리는 거 같아도 뇌의 어느 한구석에는 계속 남아있나 봐요
전 더 이상 그 대학교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학회장 경험도 다 잊어버린 거 같았고
정말 최근엔 이 친구들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꿈에 나오네요
2-2.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하지 않은 지 꽤 됐지만
이걸 보고 스위핑이 생각났어요
2-3.
신당역에서 살인이 일어났어요
재밌는 사실은 저도 뮤지컬 보려고 그 시간쯤에 신당역에 갔다는 거예요
한때 지하철역 화장실을 가는 걸 좀 꺼렸어요
최근엔 괜찮아졌는데
또 당분간 웬만하면 가지 않을 거 같아요
3.
Q: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물다섯 스물하나 클립 중에 백이진이 면접에서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는 질문에 중력이라고 대답하는 걸 봤는데
매정해 보였는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런 거 같아. 영원한 건 과학과 관련된 거밖에 없는 거 같기도...?
지금 생각난 건 '물질'인 거 같아. 생각해보면 중력도 언젠가는 사라지잖아. 행성이나 별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걸 반복하는데 그게 결국 물질로 남아있고, 그러다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그러면 또 모여서 중력을 생성하고... 질량-에너지 동등성이라고 하잖아!
-
ㅋㅋㅋ 진짜 웃긴 게, 저 위에 부분을 적고 나서 너가 블로그에 올린 걸 봤어.
과학자들은 죽음조차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로 원자가 흩어지는 거라고 설명하지요. 이해할 수 있는 차원으로 범위를 축소해서요.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
이 부분! 그래서 뭔가 부끄러웠다...ㅎㅎ
며칠 더 생각해봤는데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아! 나는 물질 아니면 에너지... 근데 물질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니까 에너지라고 할래!!!
4.
2년 전 이맘때쯤 첫 대면 수업을 하러 가는 길에 깜찍한 치마를 입고 가던 친구를 봤어요
누군지 몰라도 스무 살 같아 보였어요
특유의 상큼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화장실 가서 거울을 보고 제가 너무 나이 들었다고 느꼈어요
스무 살만큼 발랄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2년 지난 지금 여전히 스무 살 분들을 보면 정말 스무 살인 게 느껴져요
너무 귀엽고 발랄해요
지금 오늘 당장의 저만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도 알아요
오늘이 앞으로 남은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잖아요
이 에너지가 영원하면 좋겠어요
5.
미안해 너의 힘든 일들을 들어주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누구나 그렇지
힘든 일을 들어주고 싶다면 그건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일 거야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동물이든 식물이든 문화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오늘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깨달아 버렸어
나의 힘든 일을 들어줄 여유가 없어
뭔가 이상했어
난 무얼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살펴봤어
지금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하는 이 행위도 포함이야
너는 무얼 사랑해?
6.
몇 년 전에 쓴 일기를 봤어요
여유는 중요해요
7.
넌 좀 뻔해.
뭐가?
잘할 게 보여. 넌 모르겠지만.
어. 전혀 모르겠어. 꼴등만 안 했으면 좋겠어!
두고봐.
- '스물 다섯 스물 하나' 3화
이 대사를 좋아했던 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런데 최근에 깨달은 건 저는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는 거예요
누군가가 저에게 잘하고 있다고 하는 게, 그 사람들이 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는데 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잘못된 걸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꾸준한 상담이 효과가 있어요)
8.
600마리 말을 탄다는 송민호가 생각나요
이걸 www.minigb.io/600에서 인용하려고 했는데 그때쯤에는 또 다른 재밌는 게 생길 거 같아서 지금 인용할게요
200마리 말을 타고 출근길로 pairing
200마리의 말도 꽤 괜찮아요
www.minigb.io/100의 제가 생각나요
www.minigb.io/300의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꿈꾸는 모습에 더 가까워져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