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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부족해 / 최선을 다한다는 건

minigb 2022. 9. 20. 00:56

>> 기초가 부족해

(어김없이) 몸이 덜 풀린 채로 피티를 받다가 가동 범위가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이유는

1. 귀찮다

2. 재미없다

3. 내가 몸이 정말 많이 굳어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돼서 싫다

정도인데

 

태권도를 할 때 기본적인 것들을 하고 나서 겨루기를 할 수 있는 거라고 비유하시는 걸 듣고

예전에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근데 품새는 재미없을 거 같아. 나는 겨루기를 하고 싶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어릴 때 탁구를 엄청 열심히 배우고 쳤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맨 처음에 스윙 연습부터 했다.

자세를 잡고 왼손에는 탁구공, 오른손에는 라켓을 쥐고 몸을 135도 정도 회전하면서 라켓을 바깥으로 향하게 쥐다가 머리로 가져가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

당연히 재미없다. 근데 어릴 때는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알았기에 계속했다. (초딩의 내가 지금보다 성숙했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탁구를 한때 꽤 잘 쳤다.

다른 친구랑 경기할 때 랠리가 길어지고 빨라져서 쉬지 않고 스윙해야 했을 때 내가 스윙 연습한 게 빛을 발했다.

선생님께서 ‘스윙 쭉쭉 나오네!’라고 하셨던 게 생각난다.

 

내가 이제 꽤 잘한다 싶었을 때부터 스윙 연습을 잘 안 했던 거 같다.

마음이 급할 때 스윙이 제대로 안 되고 드라이브가 나와서 공이 휘었다.

 

바이올린 연습할 때도 에튀드나 스케일을 하면서 시작한다.

비브라토를 하기 전에 지판을 잘 짚을 수 있어야 하고

화음을 내기 전에 각 손가락이 다 올바른 위치에 있는지 하나씩 확인하면서 손 모양을 익히고

빠른 박자대로 하기 전에 그 전에 속도 낮춰서 메트로놈 켜놓고 연습하고

그 후에야 화음도 내고 박자도 높여가고

 

전공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데에서 코드 참고하고 갖고 와서 붙여넣고 돌려보니 돌아간다고 될 게 아니다.

왜 그 코드를 쓰는지 그 원리는 뭔지

화려한 걸 하기 전에 베이스가 탄탄해야 한다.

 

근데 기초를 다지는 건 재미가 없다.

당연하지. 당장 100kg를 들고 싶고 겨루기를 하고 싶고 탁구 경기를 하고 싶고 카프리스 24번을 하고 싶고 

 

근데 그게 귀찮아서 무작정 나아가더라도 어차피 돌아오게 되어 있다

언젠가 무너지면 다시 0부터 시작할 테니까

대충 쌓아 올린 젠가가 갑자기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야.

 

기초가 부족해

난 기초가 너무 부족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쌓아 올려야겠다




>> 최선을 다한다는 건

선택과 집중해야 해

욕심이 많다. 그렇게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욕심을 잘 조절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무조건적으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능력치를 최대로 뽑아내도록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려면 내가 어느 정도를 목표하고 계획을 세웠을 때 가장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너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목표를 높게 잡고 일을 벌이다가 결국 만족하지 못한 적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설레서 막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결국 안 하게 된 게 많이 부끄럽다)

 

송민호가 작년에 솔로 앨범 발매 브이라이브에서 ‘자기의 장점은?’이라는 식의 질문에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을 많이 벌이는데 그걸 다 해낸다’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그리고 당시에 나는 감명받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니까.

 

최근에 문득 이 생각이 났는데, 갑자기 의문이 든 게

과연 다 잘 해냈을까?

작년 말에 송민호는 미친 스케줄이었는데, 첫 솔로 콘서트도 열고 앨범도 발매하고 앨범과 관련된 전시도 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랑 ‘나혼자산다’랑 ‘싱어게인’ 등등에도 출연하고

 

내가 그걸 다 챙겨본 건 아니지만, 그래서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였을 솔로 콘서트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뭔가 아쉬웠다. 모든 무대가 완벽하진 않았다. 내가 송민호였으면 아쉬웠을 거 같다는 부분들이 많았다.

 

매번 송민호 무대를 보면 항상 아쉬운 게 많은데

예를 들어 삑사리도 나고 (ex. 나의 아-낙-네헤)

가사를 끝까지 다 하지 않는 게 멋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사실은 저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뭔가 준비가 덜 된 거 같은 곡도 있었고 (ex. 미노이 피처링 파트는 음역대가 다른 만큼 그걸 어떻게 잘 부를지 더 고민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뭔가 당황한 것처럼 보였고 나도 당황스러웠다)

사실 이런 것들이 내가 송민호를 유독 좋아하니 마음 졸이면서 유난히 더 엄격하게 봐서 그런가 싶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라이브는 항상 좀 부족한 거 같았는데 그런 걸 콘서트에서도 어김없이 느꼈다.

(그렇지만 난 콘서트에서 행복했으니까 그때 사진 올려야지 헤헤헤헿)

 

그럼에도 송민호가 이것들을 다 ‘잘 해냈다’라고 표현한 건

만족하는 기준이 다 다르니까 그런 건지

아니면 송민호도 기준이 높았지만 모든 게 완전하길 바라다보면 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자연스럽게 타협하게 된 건지

조금 아쉬운 게 있더라도 다양한 일을 하도록 선택한 건지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보면서 나는 정말 정말 기준이 너무너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러니까 내가 만족하려면 무조건 일을 줄여야 한다. 정말 할 수 있을 정도만 신경 쓰도록.

그리고 그럼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잘 해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욕심부리다가 놓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