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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minigb 2022. 11. 29. 07:41

낭만이 없다.

나 예전에는 축구 엄청 좋아했는데. EPL도 많이 보고.

4년 전 월드컵에서 독일 상대로 2:0으로 이겼을 때 진짜 재밌었는데.

그리고 몇 달 뒤에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금메달 땄을 때도.

아 맞다 저 손흥민 선수 싸인 유니폼 있음

ㅋㅋㅋㅋㅋㅋ

자랑자랑!

갑자기 그게 생각났다. 예전에 수능 공부할 때 밤에 자기 전에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는 곳에 잠깐 살았는데

토트넘 vs 맨시티 챔스 8강 경기를 보고싶어서 폰 내는 거 까먹은 척하고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몰래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저녁에 폰 수거할 때 밖에서 노크하면서 나 불렀는데 일찍 잔 척하면서 계속 대답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었음.

와 이게 기록이 남아있네

지금 찾아보니까 8강에서 토트넘:맨시티에서 1:0, 맨시티:토트넘에서 4:3이어서 골 개수가 같은데, 토트넘이 원정에서 넣은 개수가 많아서 이겼던 거 같다.

 

그리고 그 당시에 새로 오픈한 토트넘 구장에서 손흥민 선수가 1호 골 기록한 것도 생각나 갑자기. 그 구장 변기 뚜껑같이 생겼다고 놀림 받았었는데.

아 나 수능 끝나면 영국 가서 축구 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안 갔네. 어차피 유럽 가기에는 봄~가을이 좋고 축구도 보려면 봄이나 가을에 가야 하는데 그러면 어차피 학기 중이라 못 가네. 졸업하고 가야겠다. 엉엉. 축구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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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뭔가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라도 별로 충격적이지가 않다. 

말이 안 되는 일이 있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태원 참사가 유일하게 충격적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뭔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없달까.

이슬아 작가님은 글쓰기는 그 대상이 나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 내 밖의 세상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하셨는데

아직 나는 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거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바쁘거든.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여전히 뮤지컬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긴 한데. 이걸 나누고 싶어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은 좀 낭만이 있나 싶다가도, 이건 결국에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특별히 가능한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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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나는 왜… 싫지? 왜 불편하지? 왜 즐겁지 않지? 그런 것들.

근데 나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런 건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는 거지.

그럴 때 굳이 미안해하지 말자. 그냥 자연스러운 거니까 굳이 이유를 찾고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끼기에도 삶은 너무나도 짧은걸.

낭만적인 것에서 낭만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가는 와중에

이미 낭만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왜 이게 낭만적이지 않은 걸까 고민하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