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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023 컴퓨터공학과 전산제 연주🎻

minigb 2024. 2. 23. 05:16

 

22년도에 이어서 23년도 전산제에서 연주했다.

꽤 오래전부터 선곡을 고민했다.
많은 사람이 알 만하고, MR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어야 하고, 전체 길이를 적당하게 조절할 수 있고, 축제에 맞게 듣는 사람이 흥이 나야 한다.

1. Love Poem (아이유) + Let It Be (비틀즈) + Heal the World (마이클 잭슨)
첫 번째로 만든 조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했다.
Love Poem과 Let It Be는 노래 자체도 좋아하고,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기도 좋았고, Heal the World는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꼭 넣고 싶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잔잔해서 혹시 지루할까 봐 넘겼다.

2. Shut Down (블랙핑크) + ETA (뉴진스) + 겁 (송민호)
Shut Down의 라 캄파넬라 도입부는 확실히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을 거 같았다.
ETA를 좋아해서 넣었고, 노래 중 ‘now where are you’의 are->you 부분을 글리산도(하나의 손가락으로 두 음 사이를 부드럽게 이동하면서, 연속적이고 매끄러운 음의 전환을 만들어냄)로 연주해보니 분위기 있었는데 이렇게 현악기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소리를 넣고 싶기도 했다.
세 번째 곡은 오래 고민하다가 그냥 송민호를 넣겠다는 사심을 반영했다. (그런데 이 곡을 모를 거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ㅠㅠ 벌써 그렇게 세대가 교체된 거냐고)
이 조합도 정말 좋아했다. 근데 겁이 은근히 연주하기 어려워서 패쓰했던 듯.

3. Under the Sea (인어공주) +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겨울왕국) + A Whole New World (알라딘)
디즈니 영화 메들리이다. (이 당시에 영어 스터디에서 자유 스피킹 주제로 ‘What is your favorite Disney movie?’를 골랐을 때 이런 개인적인 사연이 있었다. ㅋㅋ)
결국 이걸로 정하고 계속 연습했는데
1) Under the Sea가 너무 어려웠다. 초반에 나오는 타악기의 통통 튀는 느낌을 내려고 보잉을 진짜 많이 연습했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
2) 그즈음에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대부분이 모를 거 같다, 디즈니 메들리인데 Let It Go가 빠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3) Let It Go를 넣는 걸로 또 바꿔봤는데, 이 노래의 웅장함을 표현하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

4.
그래서 또 엎었다.
Shut Down (블랙핑크) + Hype Boy (뉴진스) + Ditto (뉴진스)
Shut Down은 도입부가 너무 좋고,
Hype Boy는 정말 유명한 만큼 듣는 사람들에게도 재밌을 거 같았고, 구상 완전 초창기에 몇 번 연주해봤는데 은근히 괜찮았고
Ditto도 연습하면서 그냥 한 번 해봤는데 곡 구성이 바이올린과 정말 잘 어울리고 연주하기에도 좋았다.
뉴진스가 두 곡인 게 유일하게 아쉬웠다. 좀 더 다양하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또 아이디어를 낼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 구성으로 확정 지은 건 행사 이틀 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연주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중에서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좀 더 일찍 곡을 확정 지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또 아쉬웠던 건, 공연할 당시에 음악을 틀어줄 때 MR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고, 그러다가 잠시 멍해졌는데
그때 딱 음악이 나와서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연주를 시작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내가 취했어야 했던 자세에 관해 생각해보았는데
1. 음악을 다시 틀어달라고 한다.
2. 애초에 멍해졌으면 안 된다. 끝까지 집중한 상태로 기다렸어야 한다.

당시에 음악을 다시 틀지 않고 그냥 바로 연주했던 건 Shut Down의 도입부를 전혀 스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주를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음악이 조금 들려서 관객이 이미 어떤 곡이 나올지 아는 상태에서는 연주 시작에 임팩트가 덜할 거 같았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냥 다시 시작해서 처음부터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게 더 프로다운 자세였을 거 같기도 하다. 그 상황에서는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틀어달라고 하는 게 딱히 이상한 상황도 아니고, 

사실 더 프로다우려면 애초에 멍해지지 말았어야 했다. 끝까지 집중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이 부분이 정말 아쉽다.

또 생각나는 건, 다음 곡으로 넘어가던 타이밍에 관객들이 무대가 모두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고 환호해주셨다.
실시간으로 좋은 피드백을 받아서 신이 났다. 그만큼 즐겨주셔서 감사했다.
그렇지만 2~3번째 곡은 시작하기 전에 MR을 듣고 들어가야 했는데 박수 소리에 묻혀서 당황스러웠다. 결국 도입부를 날려버렸다.
앞으로는 이렇게 메들리 식으로 할 때 곡 간 간격을 최소화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될 수 있으면 아예 공백 없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

 

https://youtu.be/GUpKVUZQHHk?feature=shared

 

아무튼
올해도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200명이나 왔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연주를 할 기회는 앞으로도 흔치 않을 거다.

아 그리고
피아노 반주를 해줄 수 있는 분이 있으면 훨씬 더 재밌는 조합으로 선곡할 수 있게 된다.
같이 하실 분 연락 주세요! (진심이에요 저 개인적으로 모르는 분이어도 괜찮으니 꼭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