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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2022년 레베카

minigb 2022. 4. 30. 18:49

본 지 벌써 몇 달 됐다.

KINKYBOOTS IS BACK!

보러 가야지.

데스노트 끝나고 하나 보다.

 

뮤지컬은 한 번 공연하고 나면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봐야 한다.

레베카도 워낙 유명한 작품인 만큼 경험 삼아 보러 갔다.

댄버스 부인 역으로 신영숙 배우님을 보고 싶었던 것 외에는 캐스팅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음...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정말 재미없었다.

ㅠㅠ

굳이 안 좋은 이야기를 쓰면서까지 뮤지컬 후기를 왜 적는 거냐... 라고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은 게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경험이어서 기록해두고 싶다...

 

별로였던 포인트

1. 스토리

스토리가 개판이다. 사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진 잘 모르겠다. 그날 너무 피곤해서 보는 내내 졸았다. '졸면서 봐서 스토리를 잘 모르면서 스토리가 개판이라니!'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1) 아무리 피곤해도 재밌는 걸 하면 정신이 맑아지는 나 같은 사람이 계속 졸았다는 건 이게 그만큼 재미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 졸면서 봐도 대충은 파악 됐다.

'나'로 불리는 사람이 귀부인의 하녀로 일하다가 고급 호텔 가서 엄청난 귀족을 만나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는데, 그 귀족은 워낙 권위 있는 사람이고, 그 귀족이 사별한 전 부인 (레베카) 자체도 굉장히 저명해서 그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특히 그 집의 집사인 댄버스 부인이 특히 '너는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어!'라고 한다.

그러던 중 레베카가 익사한 게 아니라 사실은 자살이었다느니, 남편이 죽인 거라느니, 뭐 그런 이야기가 오갔고, 그러면서 사실 레베카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댄버스 부인은 그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사실 너희들은 다 레베카가 사랑한 사람이 아니야. 레베카는 나와 매일 밤 너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지. 내가 가장 각별한 사람이었어. 라고 하다가,

레베카의 사인을 밝혀내고 보니 사실 암으로 인한 자연사 (...) 였는데 그걸 사고사로 위장한 거였고, 이걸 안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가 암이 있었다는 걸 자신한테 숨겼다는 데 분노해서 저택에 불 지르고 끝남.

...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또 누군가는 내가 인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해서 이런 명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명작으로 보는 게 인문학적 소양이 충만한 거라면, 나는 그냥 이걸 명작으로 알아보지 않고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겠어.

p: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

q: 이걸 명작으로 본다.

p -> q가 참이라고 보는 사람한테는 ~q -> ~p도 참이겠구나.

q -> p가 참이라면 나는 ~p -> ~q인 거고.

이게 맞나...? 논비사 들을 걸 그랬다. 아무튼

레베카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에서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이야기할 때 '나의 레베카'라고 하는 걸 보면 둘은 연인 관계였던 거 같기도? 적어도 댄버스 부인은 연인으로 여긴듯.

 

2. '나' 역할

'나'라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답답하고 매력이 없다. 그래서 '나'를 볼 때마다 진짜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가 어리고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시려다 보니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바다를 [뱌댜]로, 사랑을 [샤댱]으로 발음하는 듯한 특유의 혀 짧은 느낌 때문에 또 돌아버릴 거 같았고, 조마조마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연기를 하실 때마다 만화 영화를 보는 거 같았고, 전반적으로 표정이 너무 똑같았다... 남자가 본인을 사랑하는 걸 알게 돼서 당황스러우면서도 놀랐을 때, 굳은 의지를 다질 때, 위급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다 같은 표정이었다.

 

3. 공연장

음향이 너무 너무 너무 안 좋았다. 모든 소리가 더빙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대랑 약간 안 맞고 이질감이 있는 느낌.

그리고 초반에 스피커 소리가 왼쪽에서 더 크게 들렸다. 건강 검진할 때 헤드폰 끼고 한 쪽씩 소리 재생하는 청력 검사하는 거 같았다. 귀가 이상한가 싶어서 왼쪽 귀를 막고 들었더니 소리 크기가 비슷해졌다.

 

하...

보는 내내 언제 끝나지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만 계속 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감동받았던 부분은 신영숙 배우님의 연기였다. 정말 멋있으셨다. 동작 하나하나와 눈빛이 모두 섬세하고 멋있으셨고, 성량도 엄청나셨다. 정말 멋있으셨다.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