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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

minigb 2022. 5. 15. 03:49

과민성 방광(overactive bladder, OAB)이란 요로 감염 등 다른 명확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요절박(절박뇨, 강하고 갑작스럽게 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나타나며 주간 빈뇨와 야간뇨를 흔하게 동반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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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이 있는 거 같다.

1월 중순쯤부터 시작된 요절박이 한동안 괜찮았다가 최근에 다시 심해지고 있다.

이게 나타난 타이밍을 보면 정신적인 것도 관련 있을 거 같았는데, 찾아보니까 다수의 불안장애 환자가 빈뇨 증상이나 자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자주 깨는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낮 동안의 생활 능률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생긴다고. (출처)

최근 몇 주의 내 상황과 소름 끼치게 비슷했다. 그래서 불안장애의 증상도 찾아봤는데 이것도 아주 가벼운 정도로 앓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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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 정말 거의 안 한다.

 

어릴 때는 외로운 게 뭔지 잘 몰랐는데, 요즘은 다른 사람한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혼자 속으로 삭이고 달래고 잠재울 때 많이 외롭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다른 사람한테 내 이야기를 잘 안 한다는 사실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 정말 너무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너무 좋거나 이 사람한테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 거 같을 때 한 번씩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나한테, 그럴 땐 자기한테 이야기해도 된다고 한다. 나는 정말 고맙지만, 그래도 결국엔 이야기하지 않을 걸 안다. 아마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도 알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내가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 했다는 거, 그리고 이걸 듣고 본인한테는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해줬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존재가 정말 고맙다.

 

인생 디폴트는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에 여기에 나와 함께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있다면 그게 특별한 거다.

그렇지만 역으로, 다시 말해, 그게 특별한 거기 때문에 그 반대로 혼자인 게 당연한 거다.

그러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나의 모든 것을 일단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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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컵 끝나고 회식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선배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작은 가벼운 말이었는데, 선배가 나한테 어떤 말을 탁 던지신 거에 내가 대답하면서 점점 속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선배의 대답을 들으면서 정말 위안을 많이 받았다.

 

생각이 많아질 때 내가 짓는 특정한 표정과 내비치는 눈빛이 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그냥 안다. ㅋㅋㅋㅋㅋ 그런 상태일 때 내가 어떤 모습인지.

 

그럴 때는 그런 내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냥 고개를 돌리고 먼 곳을 보게 되는데, 이때 상대방이랑 눈을 마주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그냥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 걸 한다.

 

그런데 오늘 선배가, 이런 내 모습을 계속 보고 계셨다. 나를 유심히 살피시는 느낌이었다.

 

음...

그 눈빛이 시발점이 되어, 정말 눈물 나기 직전 상태까지 갔다.

나를 그렇게 바라봐주신 분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냥 되게 묘했다.

나를 그렇게 살피셨던 것도 그렇고, 그 선배가 하셨던 말씀도 그렇고... mbti가 같아서 그런가 (ㅋㅋ)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는 느낌. 그래서 정말 많은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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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불안장애도 그렇고 과민성 방광도 그렇고 오늘 신나게 갈비를 먹다가 정말 눈물 터질 뻔했던 것도 그렇고 술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술 취한 것처럼 기분이 몽롱하고 사람들이 술 취해서 하는 행동을 지금 당장에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맨정신이라면 (근데 술은 안 마셔서 사실상 맨정신이었는데 여튼)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했던 것도 그렇고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 보다. 무엇보다도, 내가 맨날 입에 달고 사는 '정신 나갈 거 같아', '어지러워', '돌아버릴 거 같아', '기분이 몽롱해'라는 것들이 어쩌면 또, 비정상적인 건데 너무 익숙해져서 비정상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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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인생은 혼자 사는 게 디폴트이기 때문에 나의 모든 것은 우선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한테는 그 방법 중 하나가 단 걸 먹는 거다.

 

오늘도, 너무 어지러워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식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참았더니 또 돌아버릴 거 같았다.

 

나는 이게, 자제력이 없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물론 자제력이 더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건 그냥 내가 나를 달래는 그냥 나만의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단을 조금 완화하면 좋을 거 같다.

지금처럼 식단대로 먹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 정도로.

 

식단을 잘 지키던 중에도 중간에 갑자기 정신 나갈 거 같아서 방울토마토를 한 번에 1kg를 먹어버리거나 한 적이 있었는데, 아 물론 방울토마토 1kg가 마카롱 하나보다 건강에는 더 좋겠지만, 내 정신을 안정시키는 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그냥 가끔 마카롱 하나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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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근데 오늘... 깨달아버렸다. 사람이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유한하니 결국 그걸 어떻게 잘 분배해서 잘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건데

 

지금 당장의 나는 살을 빼는 것보다, 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잘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 예쁜 몸을 만드는 것도 내가 정말 바라는 것 중 하나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잘 해내는 게 나한테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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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내가 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왜 운동을 시작했는가

자존감 때문이다.

 

더 알아보고 싶은 친구에게 밥 한번 먹자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렇게 별로 예쁘지도 않은 내가 연락하면 뭐 좋아하겠어. 오히려 싫어할 수도?'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특별하게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뭐 자잘하게 아쉬운 부분들은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봤다.

그런데 그런 내가,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이유가 외적인 모습이라면, 이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나의 외적인 모습을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몇 년 전 일기를 보면 예뻐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옷을 구경하러 가서도 거기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이런 외모의 사람이 옷을 구경하러 왔다면서 비웃고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진짜 웃긴 게,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한테 직접적인 외모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 뭐 잔잔하게, 소개팅을 하기로 한 친구가 나한테 체형을 물어봐서 내가 통통한 체형이라고 했더니, 여자들이 말하는 통통한 체형이 진심으로 통통한 거냐, 아니면 마른 체형인데 말로만 통통하다고 하는 거냐고 묻길래 나는 진짜로 통통하다고 대답했고,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구나! 라고 대답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약간 기분이 묘했던. 그 정도는 있지만.

너가 예쁘지 않아서 꼴 보기 싫어! 라는 정도의 직접적인 공격은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생각은 결국 내가 스스로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나는 그걸 해결하려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7~8개월이 지난 지금, 내 외모에 막 엄청 극적인 변화가 있거나, 살이 엄청 많이 빠졌거나, 수치상으로 이상적인 몸이 된 게 아닌데도, 신기하게도 요즘은 정말이지 이런 생각을 전혀 안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 꽤 괜찮은 사람인데 이런 나를 못 알아보다니. 훗 안타깝군.'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됐고 (물론 슬프긴 하겠지만), 옷을 구경하러 가서도 내가 궁금한 옷들을 골라서 입어 보고, 거울 앞에서 대어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이야기를 내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올린다는 거 자체가 더 이상 이게 나한테 큰 이슈가 아니라는 뜻인 거 같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가장 처음으로 할 때 너무나도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말하면서도 막 울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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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내가 다이어트... 라기보단 아무튼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목표한, 내 자존감을 높이는 건 충분히 달성한 거 같다.

 

그래서 당분간은 운동은 꾸준히 하되 (운동을 제대로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운동은 더 열심히 해야한다) 식단은 조금 완화해야겠다. 그러면서 나한테 찾아온 경미한 불안 장애나 과민성 방광이나 불면증 or 수면 부족이나 정신이 어지럽거나 몽롱하다고 종종 느끼는 것들...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살이 빠지기보단 건강한 돼지가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예쁜 몸을 만드는 게 조금 미뤄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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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내 정신과 육체가 보내는 신호들에 더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