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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버킷리스트를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진 않았어 - 1

minigb 2022. 7. 20. 22:40

# 첫 인터뷰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에 가장 먼저 떠오른 친구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요소얀(닉네임입니다. ㅎㅎ)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해졌지만 그 후에는 다른 계열로 진학해서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매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했고, 그러다 대입을 준비할 때는 서로 자기소개서도 봐주고, 수능이 끝나고도 고등학교 생활의 마무리까지 함께했다.

졸업 후에도 이 친구가 계속 먼저 연락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연락이 이어져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이 친구가 그렇게 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 우린 정말 다르다

MBTI부터 나는 INFP, 요소얀은 ESTJ.

인터뷰 날짜를 잡을 때도, 나는 ‘다다음주 쯤에 하자’고 하는 정도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서 날짜와 시간을 확정지었다. ㅋㅋ

사실 그게 맞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확정했기 때문에 덕분에 인터뷰할 수 있었던 거 같고.

이렇게 다르지만 잘 맞는다. 다른 건 그냥 받아들이고, 달라서 오히려 재밌달까.

 

# 교환학생

오래전부터 교환 학생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졌고, 계획이 계속 미뤄졌다.

솔직히 나는 결국 안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방법을 찾아서 가는 게 정말 대단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고.

그 생활이 궁금했다.

 

(https://blog.naver.com/trustw0rthy 에 더 많은 이야기와 예쁜 사진이 있어요!)

Tampere, Finland

 

2022년 03월 25일 금요일 22:30

 

나: 자기소개!

 

요소얀: 첫 질문인데 너무 어려운데요?

 

나: 왜, 자기소개잖아!

 

요소얀: 하지만 난 기업용 자기소개는 안 하고 싶단 말이야. 딱딱하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공부했고 그런 건 대답하지 않고 싶고... 올해의 목표를 말하자면 일단 건강하게 사는 거, 그리고 좀 계획적으로 살고 싶었는데 요즘 부쩍 충동적이고, 어쨌든 변화가 많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야.

 

나: 예를 들어서 언제 그런 걸 느꼈어?

 

요소얀: 그냥 사람이 게을러지고 있는 거 같아. 원래 과제 같은 걸 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먼저 정해 놓고, 시간 날 때 수정하고 그런 타입이었는데, 지금도 이제서야 짐 싸려고 하고 있고, 되게 P처럼 되고 있어 사람이.

그리고 요즘 내가 부쩍 느끼는 게 또 있는데, 고등학생 때는 원래 진짜 T였는데 지금도 T같지만 점점 감정적으로 되어가고 있어. 근데 좋은 것도 있는 거 같아. 지금까지는 내가 감정적으로 동정하거나 공감할 때 평소 내 성격이랑 다르니까 스스로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것도 내 성격이라는 걸 인지하게 된 거 같아. 새로운 성격이 있다는 걸 많이 발견했어.

 

나: 완전 바뀌고 있네

 

요소얀: 어! 근데 이유를 모르겠어. 일단은 근데 바뀌고 있어.

 

나: 지금 환경이 바뀐 게 영향이 있는 거 같아?

 

요소얀: 일단 있는 거 같아. 왜냐하면, 너도 알다시피 운동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원래 막 체육 시간에도 자유시간 주면 아무것도 안 했단 말이야. 친구들 옆에서 응원만 하고.

요즘은 그냥 시간 있으면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서 걷거나 뛰려고 하고, 원래 스키도 무서워서 못 타는데 여기서 새로 배우고, 밖에서 보내려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의미 있는 거 같고.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 만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거 같긴 해. 어제 한 친구가 떠났는데 한국인인 나랑 내 친구만 안 울었거든. 나머지 애들은 어젯밤부터 떠나기 직전까지 계속 펑펑 울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편지를 읽고도 안 우니까 애들이 편지 읽은 거 맞냐고 물어봤었어. 너무 감정 동요가 얼굴에 아예 안 나타나서. 그래서 뭔가 이런 친구들이랑 붙어있어서 F같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어.

 

나: 근데 그 친구들이 특별히 감성이 풍부한 거야, 아니면 그 친구들의 문화권이 좀 그런 거 같아?

 

요소얀: 문화권 영향이 좀 있는 거 같긴 한데, 보통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엄청나게 감정을 오픈하진 않잖아. 자기가 이런 거 너무너무 좋아한다, 재밌다, 부정적이다 이런 거. 근데 이때까지 처음 보는 친구들이 다 그렇게 얘기했단 말이야. 우리나라보다는 감정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거 같아.

근데 또 다른 생각은, 어차피 우리는 이별에 되게 익숙하잖아. 휴학하는 친구들도 많고, 그냥 한 학기 쉬다 오면 학교가 너무 바뀌어 있고. 어차피 이별을 매주 매년 하는데. 그래서 그런 건가? 그 친구들 볼 때, 이걸 이렇게까지 슬퍼해야 하나? 세 시간 기차 타고 가서 볼 수 있으면서!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했어. 그게 이해가 안 되긴 했어.

 

나: 너랑 그 한국인 친구분이랑 안 울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했을 거 같아.

 

요소얀: 어 걔네 입장에서는 이상했겠지. 근데 눈물을 짜낼 순 없잖아.

 

나: 맞아 ㅋㅋㅋㅋㅋㅋㅋ

 

요소얀: 정말... 난 하나도 안 슬펐거든. ㅋㅋㅋ 솔직히 우리도 다 다음 달에 떠나는데 먼저 가는 게 뭔 대수라고..

 

나: 아 진짜 웃긴다... ㅋㅋㅋㅋㅋㅋ 아 나 질문 준비해놨는데... 이미 P처럼 행동해버렸어... 다른 질문도 많이 있어.

 

요소얀: 괜찮아. 이게 너 스타일인 거잖아.

 

어 예쁘다.

 

나: 왜 교환학생 갔는지, 왜 핀란드를 선택했는지.

 

요소얀: 사실 지금은 의미를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왔는지. 근데 오기 전에는 그냥 막연히 고등학생 때부터 가고 싶었던 거라는 게 제일 컸어.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이제 못하잖아. 코로나 때문에 이미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고. 근데 나는 이 어린 시기에 버킷리스트를 벌써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약간은 무리를 해서 온 건데, 어쨌든 지금은 만족하고 있어. 실패하기 싫어해서 원래.

그리고 핀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전공 문제가 제일 컸고, 그리고 인종차별 당하기 싫었던 거 같아. 끝까지 고민하던 몇몇 학교가 있는데, 그중에 핀란드가 가장 인종차별 사례가 적은 거 같아서. 그래서 선택했는데, 좋은 거 같아. 한국인 별로 없는 것도 좋고. 완전 좋아. 완전 만족하고 있어.

 

나: 아 진짜? 오히려 그게 좋구나 너는.

 

요소얀: 어. 주위에 한국인 많은 도시로 간 친구들을 보면 맨날 한국인들이랑만 놀고, 약간 바운더리가 만들어지는데, 난 여기서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그렇게 되는 걸 봤잖아. 그래서 한국어를 쓰는 게 나한테는, 그리고 상대한테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소수만 있는 학교에 오길 잘했다 싶었어. 그리고 난 진짜 뭔가 한국인들에게 둘러싸이는 건 한국에서도 충분하다는 생각.

 

나: 아 그리고 전공 문제는 뭐야? 이건 내가 몰랐던 거 같은데.

 

요소얀: 내가 온 거는 지금 경영 전공으로 왔단 말이야. 근데 내 메인 전공은 문헌정보학이잖아. 그래서 약간 졸업을 편하게 하려고? 내 원전공 과목도 하나 듣고 싶었어. 근데 여기는 내 원전공 과목이 되게 인정이 잘 되는 학교였어. 그래서 이번 학기에 15학점이나 듣고 있습니다 ^,^

 

나: 오 교환까지 가서 15학점씩이나!

 

요소얀: 그러니까!! 근데 벌써 9학점 끝났고 3학점짜리 수업 두 개 있는 건 과제밖에 안 남아서 괜찮아.

 

나: 아 그럼 학기가 1월부터 시작한 건가?

 

요소얀: 어 1월부터 2월까지가 3학기인 거고, 3월부터 5월까지가 4학기인 건데, 나는 3학기에 수업을 많이 들었지.

 

나: 가족들이 반대 많이 하셨잖아. 어떻게 설득한 거야?

 

요소얀: 사실은 엄마 아빠 성격을 잘 알아서 설득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엄마는 내가 약간 실망한 티라고 해야 하나, 체념하고 허탈해하면 되레 미안해하는 스타일이란 말이야. 코로나로 한 두 학기 미뤄질 때까지는 그냥 계속 가고 싶다고 하다가, 이번 학기에 신청할 기회가 나왔을 때는 이제 어차피 내가 뭐 신청해도 엄마 아빠가 허락도 안 해줄 거고, 그렇게 가봤자 지원도 못 받으면 가서도 외로울 거 같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감정을 살짝살짝 건드렸지. 그 후로 엄마가 아빠랑 할머니를 설득했어. 근데 우리 아빠도 원래는 성격이 좀 앞에서는 싫은 소리 해도 결국 내가 가고 싶다고 하면 허락해주실 거 같았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사실 엄마만 설득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

 

나: 와 그건 진짜 몰랐다. 어머님이 설득하신 건 몰랐어.

 

요소얀: 뭐 근데 엄마도 내가 하도 고등학생 때부터 교환학생 가고 싶다고 한 거 아니까 설득이 된 거 같아. 내가 약간 진짜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고 말했거나 진짜 마냥 떼쓰는 거였으면 당연히 안 됐을 텐데, 엄마 아빠도 내 꿈을 약간 엄마 아빠의 입김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게 싫었을 거 같아.

결국엔 엄마랑 아빠도 내가 아팠던 기간 빼면 사실 핀란드 자체를 내가 너무 좋아하고, 여기 사람들도 좋고, 진짜 잘 살고 있다고 하니까 이제는 좀 안심하시는 거 같아. 외국이라는 생각도 안 하시고.

 

나: 그냥 잠깐 어디 갔다 온다 그런 느낌?

 

요소얀: 응. 나 원래 서울 가도 엄마 아빠랑 연락 잘 안 하거든. 좀 놀랄 수도 있는데 거의 2주에 한 번씩 연락해. 근데 일단 여기 와서는 그것보다는 더 자주 연락하고, 그리고 내가 어쨌든 아파서 한국 집에 갔다 왔잖아. 그래서 결국 집을 비운 게 두 달 정도 밖에 안 되고, 이제 두 달 후에 또 집에 간단 말이야. 그래서 이게 더더욱 외국살이로 안 느껴지는 것도 있는 거 같아.

 

나: 와 진짜 그렇네. 와 벌써 시간이 진짜 그렇게 됐다. 너가 서류 준비하는 거 보면서 뭐 내가 교환학생 가려고 생각했던 거 약간, 아 나는 마음가짐이 글렀었다는 걸 깨달았단 말이야. 준비하려면 너처럼 해야하는 구나.

 

요소얀: 안돼.. 사실 내가 좀 급하게 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되게 막 빨리 끝내놓고 머리에서 지워버리는 스타일이었거든.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세 달에 걸쳐서 할 일을 나는 한 달 만에 다 해서 너가 보기에 되게 바빠 보였을 수도 있어. 서류 준비할 것도 많아 보이고. 나는 준비 과정을 블로그에 쓴 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거지, 누군가를 안 가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나: 아니 그렇긴 한데 준비할 거 진짜... 아니 이걸 어떻게 다 준비했지 싶었어! 너는 그러면 다 검색해서 알아보고 준비한 거야?

 

요소얀: 응 그리고 이것도 학교마다 다른데 내가 온 학교는 좀 교환학생 잘 챙겨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딱 지침이 왔었어. 그래서 그걸 따라하는 정도였지. 그리고 한국에서도 본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했고. 그냥 이전에 갔다 온 사람들 블로그 보면서 시기별로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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