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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minigb 2022. 7. 14. 19:03

0.

상담 신청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신청 사이트가 영어로 되어있어서 상담도 영어로 하는 줄 알고 미뤘는데

알고 보니 관할하는 곳의 본사에 신청하느라 영어인 거였고, 그 후에 지역 지부에 전달되는 구조였다. 엥 지금 보니까 당연한 거 같은데 이전에는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ㅎㅎ 여튼 다행히 상담은 한국어로 한다.

 

1.

상담 받기로 마음 먹고 나면 갑자기 상태가 괜찮아진다. 그래서 상담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접은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상담을 받을 거라는 마음가짐 때문에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거라 결국엔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도 자고 일어나니까 괜찮아져서 상담 괜히 신청했나 했는데, 이왕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거 그냥 한번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굳이 취소하거나 하진 않았다. 근데 그러길 잘했다. 너무 기대된다.

 

2.

내가 상담받을 만한 정도는 아닌 거 같다고 하자, 오히려 그렇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일 때 상담받는 걸 추천한다고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고마워.

 

3.

말을 내뱉는 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상담받을 필요가 있을까, 라고 이 글을 적은 과거의 내가 너무나도 깜찍하게 느껴진다. 어쩜 그렇게 깜찍한 생각을!

말을 내뱉는 것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답을 내가 아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뭔가 그냥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있는 느낌. ㅋㅋㅋㅋ 너무 답정이네… 근데도 상담을 받고 싶다니. 진짜 신기하다. 그 말을 들으려고 상담받는 거겠지?

 

4.

상담을 정말로 받는다는 건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 거고 그것이 주는 힘이 대단히 큰 거 같다. 갑자기 막 뭐든지 할 수 있을 법한 무적이 된 거 같아.

 

5.

나의 어두운 부분까지 보이는 게 위로를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 같아 개관종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내 약점이 될 거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근데

나의 밝고 좋은 모습만 보인다면 그게 결국엔

인스타 등의 SNS 상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아버림.

다들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 다 똑같다는 거.

그냥 모두 매일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거.

그렇다는 거다.

 

6.

혼자인 거 같을 때 더 온전한, 철저한 혼자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한 건

그렇게 말한 당시에는 내가 정말 철저한 혼자가 되어 가던 중이라서였는데,

며칠 지나고 깨달은 건

내가 혼자인 거 같다, 라고 생각할 때는 혼자가 아니기 위한 노력을 한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

그런데 그냥

난 정말 혼자라는 걸 인정해서 이걸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때는, 나는 혼자야, 그러니까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식으로

이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아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더 이상 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7.

최근에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진짜 하 이게 왜 이러지? 라면서 또 내가 너무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이 편해지고 나니까 단 게 별로 안 땡긴다.

정확하게는 여전히 단 걸 먹고 싶긴 하지만, 지금 당장 그걸 먹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은 안 든다.

사실 그거 때문에 식단을 그만했던 것도 맞긴 하지. 그런 미쳐버릴 거 같음이 찾아올 때 그걸 결국 먹지 못하니까 더 미쳐버릴 거 같아서.

근데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는 걸 몰랐어.


8.

그리고 상담받았다. 되게 좋았다. 공간의 코지함에서 오는 느낌도 좋았고.

앞으로 더 좋은 변화가 있길.